28일 이란 대선..강경파가 다시 득세할까 (2024)

28일 이란 대선..강경파가 다시 득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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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이근윤 사우디 사업가 겸 칼럼니스트
  • 글로벌
  • 입력 2024.06.22 07:27
  • 수정 2024.06.25 09:36

28일 이란 대선..강경파가 다시 득세할까

[이근윤의 사우디, 중동 이야기]
라이시 대통령 급사후 요동쳤던 중동
하마스 전쟁으로 이란 궁지몰리기도
국민들, 반정부 '히잡 시위' 계속중
하메네이 후계구도 다시 짜야 해
이란 국민, 강경파 vs 온건파중 누굴?

라이시급사이후 숨가빴던 한달

지난달 20일, 이란의 권력 서열 2위이자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의 후계자 후보 1순위이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직후 각국은 추락의 원인을 두고 숨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이스라엘과 이란이 거칠게 갈등하고 대립하는 와중이어서자칫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개입을 부인했고, 이란도 악천후로 인한 헬기 사고로 공식적인 사망 소식을 알리며긴장 상황은 벗어났다. 하지만여전히 이란을 둘러싼 국내외의 복잡한 상황은 앞으로 이란이 어디로 향할지 불안한 눈초리로 볼 수밖에 없게 한다. 과연 라이시의 죽음은 이란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다시 강경파 대통령이 나올까

첫번째 관심은 최근 수년간 이란 정치를 주도하던 강경 보수 일변도의 정책이 6월 28일대선을 계기로 숨고르기에 들어갈지,전면적인 노선 변화에 들어갈지 여부다.

2021년 당선된 라이시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에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다. 코로나 판데믹 기간에 치러진 선거라 사상 최저 투표율로 당선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으로 핵합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나 싶었지만, 이내 벌어진 '히잡 시위'로 이란 전역이 들썩였고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아직도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시진핑의 주재로 지역내 숙적 사우디 아라비아와 외교관계 복원을 선언하는 등 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급작스레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또 이란을 한 치 앞을 보기힘든 시계 제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라이시 대통령은 히잡 시위로 지지기반을 급격히 상실한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다. 하지만하마스의 도발과 이스라엘의 잔혹한 보복으로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시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국민들이 애도하는 상황이지만, 일부 반정부 성향의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기뻐하는 모습은 이란 국내 상황이 얼마나 실타래가 얽힌 것처럼 복잡한 상황인지 보여준다.과연 이란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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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후계, 누가 나설까

두번째 관심은하메네이의 후계구도다. 라이시에게로 굳어가던 상황은 이제 '시계 제로' 상황에 들어갔다. 80대의 고령인 하메네이로서는 루훌라 호메이니로부터 내려오고 있는 혁명 노선을 지켜갈 안정적인 후계자가 필요했고, 하메네이 정권에서 검사로 두각을 나타낸 강경파 라이시는 누구보다 적격자로 인정받았다.

라이시가 사망한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는 하메네이의 아들이다. 그러나 팔레비 왕조의 세습정권을 비판하며 혁명을 일으킨 호메이니의 정신을 이어가는 최고지도자 지위를 하메네이의 아들이 세습하게 되는 모양은 여러모로 어색하다.이는 혁명의 정당성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며, 가뜩이나 보수적인 종교지도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에 신물이 나 있는 이란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로이란을 둘러싼 국제질서는 어떻게 급변하게 될까.미국이 주도한 서방의 제재로 손발이 묶여 있던 이란한테 그나마 말이 통하는 중국의 부상은 숨을 쉴 수 있게 해준통로였다. 늘 미국에 붙어 얄밉게 이란을 견제하던 사우디마저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고난 후 중국의 중재하에 이란과 외교관계 복원을 선언했다. 수천 년에 걸친 원한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손을 잡는 건설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때 라이시의죽음이 찾아왔다.

바다 건너 미국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성사돼 '세기의 대전' 시즌2가 벌어지고 있다.이란 국민들은 미국인들보다 한발 먼저 강경파냐 온건파냐를 선택해야할 상황이다.

앞서 온건 협상파 로하니 전임대통령은임기중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핵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으로 모든 핵협상이 물거품이 되는 모습을 지켜 보았던 이란 국민들이다.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가 함께 판문점에서 손을 잡으며세기의 평화협상이 타결되나 하는 기대감에 한껏 가슴 설렜던 경험이 우리도 있다. 결국 협상 실패에 이어 바이든과 윤석열이 연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며 한반도 평화는 일순 멀고 험한 길로 접어들었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이란의 선택이 정말 남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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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관계는 어떻게 될까

넷째로, 폭주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국민들의 입장은 어떻게 변할까.이스라엘의 폭력적인 강제 점령에 맞서 이란은 팔레스타인 편에서 무장단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사실상 반이스라엘 진영의 좌장 역할을 했다. 이 대가인오랜 경제제재에 지쳐서, 최근에는미국이 주도하고 사우디가 슬쩍 올라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해법에 마지못해 동의해 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하마스도발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되자,이란은 적잖이 난감해진 상황이다.뒤이어 벌어진 이스라엘의 잔인한 보복전 중에는 사상 처음 각자의 영토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라이시의 죽음으로 이마저도 중단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란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할까?

마지막으로, 내가 살고 있는 사우디와의 관계도 오리무중이다.

작년 말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손을 맞잡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외교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한 두 나라는 이후 숨가쁘게 진행된 중동의 복잡한 정세로 인해 이렇다할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사우디와 잡은 손은 그대로 둘까

석유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던 시대에는 중동 최대의 라이벌이던 두 나라가 중국의 중재로 손을 맞잡았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석유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셰일가스를 앞세운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급부상하자, 급기야 수천 년의 원한도 잊기로 했다.더 큰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일단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로 한 셈이다.

사우디가 브릭스와 상하이조약기구에 가입하며 대담하게 반미 전선에 다가서는 외교를 구사하자, 이미 그쪽 진영과 친하던 이란과도 자연스레 한편에 서게 된 재미있지만 좀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럼에도 수천년의 반목과 갈등이 쉽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면에서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다시 드러내오랜만에 맞잡은 손이 머쓱해지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과 이유로 어느 때보다 새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책이 양국의 관계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엿새 앞으로 다가온 운명의 이란 대선

이란은 누구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는 있지만, 선거를 하기 전에 사실상 하메네이가 임명하는 헌법수호위원회라는 심의체에 올라가야 한다. 직전 대선에선 유력 온건파 후보를 헌법수호위원회가모두 떨어뜨려, 라이시의 당선을 도운 전력이 있다.

이번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지난 6월 9일 발표되었다. 심의에 통과한 후보 6명 중 5명은 라이시의 계통을 잇는 보수 강경파이고, 단 1명만이 로하니 계열의 온건파 후보이다. 6월 12일부터 27일까지 2주의 선거운동 기간을 갖고 28일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부디 이란 국민들의 현명한 결정으로, 이 지역의 복잡한 정세에 훈훈한 순풍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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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인 이근윤은 서울대에서 환경과학을 전공했다. 한국렌탈 중동총괄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켄렌탈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에서 5자매를 홈스쿨링하며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메일 주소는 musc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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